호안끼엠의 마지막 거북: 하노이의 상징이 된 살아 있는 전설
하노이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거대한 황금 거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것은 그저 오래된 전설만은 아니다. 번잡한 수도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호수에는 오랫동안 희귀한 거대 거북 한 마리가 실제로 살았고, 시민들은 그 거북을 ‘꾸 자(Cụ Rùa)’라고 높여 불렀다.
하노이 사람들이 왜 그토록 깊은 경의를 보냈는지 알려면,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느 날 강에 그물을 던졌다가 물고기 대신 수수께끼 같은 칼날을 건져 올린 한 어부의 이야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강에서 건져 올린 칼날과 하늘의 뜻
어부의 이름은 레턴이었다. 어느 날 강에 던진 그물을 끌어 올리던 그는 유난히 묵직한 손맛을 느꼈다. 큰 물고기가 걸렸다고 생각해 힘껏 당겼지만, 젖은 그물 사이에 놓여 있던 것은 손잡이 없는 칼날이었다.
당시 베트남은 중국 명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산악 지역인 람선에서는 지주 레러이가 봉기를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레턴은 그에게 합류하며 기이한 칼날도 함께 가져갔다.
사라진 나머지 부분은 훗날 모습을 드러냈다. 퇴각하던 어느 날, 레러이는 반얀나무 가지 사이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 나뭇잎 속에는 장식된 칼자루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오래전 강바닥에서 건져 올린 칼날과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꼭 맞았다. 완성된 검에는 ‘투언티엔(Thuận Thiên)’, 곧 ‘하늘의 뜻’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이 전설 뒤에는 거의 10년에 걸친 실제 전쟁이 있었다. 레러이는 1418년 봉기를 일으켜 명나라 군대를 몰아냈고, 1428년 독립한 나라의 왕위에 올랐다.
승리를 거둔 뒤 어느 날, 레러이는 룩투이 호수를 배로 지나고 있었다. 배 앞의 물결이 갈라지더니 깊은 곳에서 황금 거북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북은 전쟁 동안 왕에게 빌려주었던 무기를 물의 신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레러이가 검을 물 위로 내밀자 거북은 그것을 입에 물고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때부터 호수는 ‘돌려준 검의 호수’라는 뜻의 호안끼엠으로 불리게 되었다.
황금 거북은 또 다른 오래된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기록으로 알려진 최초의 베트남 수상 인형극 공연에 관한 이야기다.
전설이 현실이 된 순간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호수를 둘러싼 하노이는 성장하고 변했으며, 돌려준 검의 이야기는 서서히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북쪽 물가의 작은 섬에는 ‘옥산사’라는 뜻의 응옥선 사당이 세워졌다. 호숫가와 섬 사이에는 이름이 ‘새벽빛’을 뜻하는 선홍색 테훅 다리가 놓였다. 호수 한가운데 또 다른 섬에는 작은 탑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그것을 거북탑이라 불렀다.
멀리서 바라보면 거북탑은 마치 레러이 시대부터 그 자리에 서서 황금 거북이 신비로운 검을 가져가는 장면을 지켜본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탑이 세워진 것은 전설 속 사건으로부터 거의 네 세기가 지난 1886년 무렵이다. 그럼에도 세월이 흐르며 탑은 호수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고, 이제는 오래된 전설을 기리는 기념물이라기보다 그 전설의 다음 장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오래된 이야기는 현실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1967년 호안끼엠에서 거대한 거북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사체는 보존 처리되어 응옥선 사당에 전시되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호수에 같은 거북이 한 마리라도 더 남아 있는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수면 위로 검은 등이나 거대한 머리가 나타났다는 드문 목격담만으로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했다.
그러던 1998년 봄, 한 아마추어 영상에 거대한 거북이 여전히 호수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담겼다. 앞선 거북이 죽은 지 수십 년 만에 얻은, 모두가 기다려 온 증거였다. 물론 그 거북은 황금빛도 아니었고 입에 신비로운 검을 물고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 살아 있었다.
사람들이 ‘어르신 거북’이라 부른 까닭
하노이 사람들은 그 거북을 ‘꾸 자(Cụ Rùa)’, 곧 ‘어르신 거북’이라 불렀다. 베트남어에서 ‘꾸(cụ)’는 아주 연세가 많은 사람을 공손히 부르는 말이다. 그래서 이 이름에는 존경뿐 아니라 가족을 대하는 듯한 친밀함도 배어 있었다. 시민들에게 꾸 자는 단지 희귀한 동물이 아니었다. 신비로운 검이 사라진 바로 그 호수에서 살아가는 존재였다.
과학적으로 보면 꾸 자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종 가운데 하나인 자이언트양쯔자라, Rafetus swinhoei였다. 이들의 몸은 일반적인 거북의 볼록하고 단단한 등딱지 대신 질긴 피부로 덮여 있고, 길쭉한 얼굴 끝에는 짧은 코가 달려 있다. 한때 베트남 북부와 중국 남부의 강과 호수에 살았지만, 사냥과 수질 오염, 서식지 파괴로 멸종 직전까지 내몰렸다.
하노이는 자신의 거북을 어떻게 구했을까
하노이 사람들에게 꾸 자가 모습을 드러내는 날은 언제나 특별했다. 머리나 넓고 검은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만 하면 호숫가를 지나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몰려들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우연은 곧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2010년 하노이가 탕롱 천도 1000주년을 기념할 때, 꾸 자는 축제 첫날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다시 한번 나타났다. 많은 시민은 이 우연을 길한 징조로 여겼다. 검을 지키던 옛 수호자가 도시를 축복하러 나온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잦은 출현은 더 이상 반가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몸에서 깊은 상처와 궤양이 발견된 것이다. 병든 거북의 사진이 신문에 실렸고, 당국은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거북탑 옆 섬에는 임시 치료소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꾸 자를 붙잡으려던 첫 시도는 실패했다. 거북은 그물을 찢고 호수로 사라졌다. 두 번째 작전에는 구조대와 잠수부, 군인까지 참여했다. 몇 시간에 걸쳐 그물망을 좁힌 끝에야 거대한 거북을 우리 안으로 유도해 섬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검진한 결과 몸무게가 169킬로그램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치료는 석 달 남짓 이어졌고, 꾸 자는 다시 호안끼엠으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시민들은 수면 위로 올라온 거북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2013년 10월 13일, 보응우옌잡 장군의 영결식이 열린 날 수면 위로 나타난 꾸 자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다. 많은 하노이 시민은 이를 호수의 수호자가 국민적 영웅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로 받아들였다.
꾸 자와의 작별
2016년 1월 19일, 꾸 자는 죽은 채 발견되었다.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200살 또는 수백 살이었다는 단정적인 이야기는 과학보다는 도시의 신화에 가까웠다. 사망 원인 역시 끝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단 하나였다. 호안끼엠에는 이제 존재가 확인된 거북이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꾸 자의 사체는 2016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플라스티네이션 기법으로 보존 처리되었다. 2019년 3월에는 1967년 호수에서 발견된 또 다른 거북과 나란히 응옥선 사당에 전시되었다. 이제 꾸 자를 만나려면, 그 거북이 살았던 바로 그 물 위로 놓인 붉은 다리를 건너 유리 진열장 앞에 서야 한다.
과학자들은 마지막 거대 거북들을 어떻게 지키려 하는가
꾸 자의 죽음이 곧 종 전체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 북부의 호수에는 몇 마리의 거대 거북이 더 남아 있었고, 과학자들은 이들에게서 새끼를 얻으려 했다.
마지막으로 알려진 중국의 암컷은 늙은 수컷이 살고 있는 쑤저우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암컷은 알을 낳았지만 단 한 마리도 부화하지 못했다. 오래된 부상 탓에 수컷이 알을 거의 수정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여러 차례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마지막 시술 도중 암컷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죽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트남에서 새로운 희망이 나타났다. 오랫동안 동모 호수에 숨어 살던 거북이 Rafetus swinhoei 암컷으로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짝이 될 수컷을 찾기 시작했지만, 후보로 추정되는 개체를 끝내 포획하지 못했다. 몇 년 뒤 암컷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이제는 물속에 남은 DNA 흔적을 통해서만 사라져 가는 거대 거북의 존재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생존이 확실히 확인된 개체는 단 두 마리뿐이다. 중국에 있는 늙은 수컷과, 성별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베트남 쑤언카인 호수의 거북이다. 흐린 물 아래 어딘가에 다른 개체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희망일 뿐이다.
하노이 중심부의 삶은 오늘도 변함없이 호수 둘레를 흐른다. 사람들은 붉은 다리를 건너고, 작은 섬에는 거북탑이 서 있으며, 수면에는 나무와 지붕이 비친다. 꾸 자는 더 이상 물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레러이가 승리한 뒤 신비로운 검을 돌려받았던 황금 거북은 이제 정말 전설 속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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